연말이 되니 크리스마스 장식이 하나 둘씩 보이고, 내년을 맞이하고자하는 설렘도 복잡하게 섞인 요즘입니다. 왠지 연말 연시가 되니 싱숭생숭한 기분이 마음을 떠나지 못합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크리스마스를 보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8월의 크리스마스는 8월과 크리스마스라는 상반된 단어를 통해 짧은 사랑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들의 사랑은 여름처럼 뜨거운 날에 시작하여 추운 크리스마스 즈음에 끝이 납니다. 그러나 짧은 인연 속에서도 90년대에서만 볼 수 있는 아날로그적 표현 방식은 왠지 모르는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넷플릭스에는 좋은 화질의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어느날 넷플릭스에서 볼 작품을 찾다가 만나게 된 작품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의 제목만 보고 남반구 영화라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구나~ 하며 긍정만 했는데 영화를 보다보니 그 의미를 점차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이제는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배우 심은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본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를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심은하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아우리와 표현이 좋았습니다. 때로는 당돌하고 때로는 새침해보이는 것이 배우 본연의 모습을 담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시한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루아침에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불안한 이유는 현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불만족에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얽매인 생각들과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현재에 충실하고자 노력한다면, 삶의 순간에서 행복을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시한부의 일상과 사랑
정원은 어느날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관 앞에서 다림을 마주칩니다. 다림은 구청에서 일하는 주차 요원으로 일하다 우연히 사진관을 지나갑니다. 정원은 이미 시한부라는 무거운 짐을 품고 있지만, 제한된 삶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려는 마음 때문에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합니다. 정원이 다림에게 느끼는 호감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자신의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그를 멈추게 합니다. 그의 감정은 직접적인 고백이나 적극적인 행동보다는 사소한 배려와 조용한 미소로 표현됩니다. 함께 사진을 찍고, 버스를 기다리며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조금씩 정원의 감정이 드러납니다.
사소한 몸짓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표현
정원이 다림을 향해 느끼는 사랑은 일반적인 로맨스에서 보이는 사랑과 다릅니다. 그는 시한부라는 사실 때문에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합니다. 자동차 수업을 도와주는 동안 내내 다림이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손길, 그녀가 웃을 때 시선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모습, 함께한 짧은 시간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모습은 사랑이 꼭 표현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의 사랑은 젊은 날의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오히려 담담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더 큰 울림을 남깁니다. 둘의 관계는 짧았지만 서로에게 성장과 변화를 남기는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정원과 다림의 성장
정원에게 있어서 성장이란 시한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그는 다림과의 시간을 통해 마지막까지 삶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회복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하루하루 사진관을 지키며 평범하게 살아가려 하고, 이 과정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단단해집니다. 젊은 날의 성장은 미래를 향해 있지만, 정원의 성장은 ‘마무리’라는 독특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가 남겨둔 슬라이드 영상은 성장의 기록이자 마지막 인사이며,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한부 청년이 경험하는 사랑과 성장의 의미를 담은 영화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랑이 남기는 흔적의 힘과 조용한 감정의 깊이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내 기억속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