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날들입니다. 이럴 때면 봄은 언제 찾아오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봄을 생각하면 벚꽃이 생각나는 사람이기에, 봄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는 영화를 한 편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허니와 클로버입니다. 처음 영화로 접했을 때 허니와 클로버는 유독 아오이 유우만 보이는 패션 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겹벚꽃이 필 무렵, 벚꽃이 만개한 봄날에 자기 방에서 큰 이젤에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도 청춘의 한 장면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무사시노 대학교도 일본에서 손꼽히는 예술대학으로, 예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사시노 대학교가 있는 무사시노시는 몇 해 전 지브리 미술관이 새로 지어졌을 만큼 (미술관이 지어지기 전, 지브리 스튜디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적 방면에서는 꽤나 유명한 도시인 것 같습니다. 영화와는 달리 만화는 이보다 더 섬세하게 청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구미와 모리타의 예술적 지향성, 다케모토의 방황과 성장, 미야마와 야마다의 관계성 등등 다소 깊이감이 있지만 재미있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잔잔하지만 치열하고 애틋한
영화 허니와 클로버의 첫인상은 매우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고,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감정을 차분한 속도로 보여줍니다. 특히 미대생들이 겪는 예술적 혼란, 사랑의 방향성, 우정 사이에서의 미묘한 관계 변화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매력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품은 화려한 연출보다는 인물들의 표정, 작은 행동, 일상적 대화 속에서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관객이 특정 장면을 떠올릴 때 화려한 화면보다도 각 인물이 느끼던 감정과 그 여운을 더 강하게 기억하게 만듭니다.
또한 인물들 사이의 관계성이 매 순간 다르게 변하는 점도 특징적이다. 때로는 불안정하고, 때로는 따뜻하며, 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흐르는데, 이러한 감정 구조는 현실적인 청춘의 모습을 닮아 있어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감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 전반은 잔잔하지만 심리적인 여운이 길게 남으며,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조용히 지켜본다는 느낌을 줍니다..
각자의 고독을 품고 살아가는 청춘의 사랑이야기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은 각 인물이 품고 있는 고독과 사랑의 무게입니다. 특히 하구미, 다케모토, 모리타 등의 감정선이 서로 얽히면서도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점이 현실적인 울림을 줍니다.
하구미는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감정적으로 매우 섬세한 인물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면서도 자신은 외로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밥을 혼자 먹는 것이 일상인 일본사람들과는 다르게, 하구미는 삼촌이 지켜봐주지 못하면 혼자 밥을 먹지 못합니다. 급한 일정이 생긴 삼촌을 대신에 우연히 길을 가던 다케모토가 말동무가 되어주며 하구미는 안정감을 느끼며 식사를 마칩니다. 그 후로 둘은 종종 식사를 같이 하게 되고, 다케모토는 하구미의 천재성과 순수한 모습에 남몰래 사랑의 감정을 키워갑니다.
다케모토는 자신의 꿈과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의 솔직한 감정 변화는 관객들의 감정에도 똑같은 울림을 줍니다.
모리타는 자유롭고 천재적인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표현되지 않는 고민이 존재합니다. 예술의 성공이 마치 돈으로 표현되는 것에 억압을 느끼는 모리타는 작품을 불태움으로서 세속적인 예술계의 속박과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후배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떠난 바닷가에서 서로 즐겁게 노는 시간을 가지며 자유를 만끽합니다.
이들의 감정선은 단순한 로맨스의 서사가 아니라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중심에 두고 만들어집니다.
영화 속 배경과 음악 또한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는데, 잔잔한 기타 선율과 부드러운 장면 전환은 인물들의 감정과 맞물려 영화가 전달하려는 분위기를 더욱 잘 느끼게 해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감정의 흐름 자체를 관객에게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게 하며 체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나아갑니다.
청춘의 성장
허니와 클로버는 사건보다 감정과 관계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원작 만화의 분위기를 영화적 언어로 재해석한 방식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영화는 인물들의 대사보다 말하지 못한 감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케모토가 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단순히 이야기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의 내면적 변화와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작품은 또한 예술적 고민을 현실적인 문제로 그리며, 재능과 노력,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인물들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청춘이라는 시기의 본질적인 불안정함을 보여주며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책임감과 성찰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의 카메라워크 또한 의도적으로 느린 움직임을 사용하여 인물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조명과 색감 역시 인물의 감정 상태에 따라 변화하합니다. 영화는 결국 성장은 아픔과 선택을 동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 허니와 클로버는 평범해 보이지만 깊은 감정선을 통해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각 인물의 성장, 선택, 감정 변화가 잔잔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청춘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잔잔하면서도 청춘의 때의 고민이 있거나, 나름의 답을 찾고자 한다면, 특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