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자마자 홀로 떠난 일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되는 도로와 공중화장실이었습니다. 심지어 더 충격받았던 것은 물소리나 새소리로 화장실 이용객의 심리적 불편함을 가리워주는 시스템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보통 한국에서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의 화장실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배려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볼 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면 청소와 깨끗함에 집착하는 이러한 문화도 어쩌면 누군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편견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업 정신을 유지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상에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 라며 방심하는 때에 곳곳에 일상 속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삶의 다층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상도 영화처럼, 도쿄 청소부의 브이로그
일본 일상영화는 오래전부터 거창한 사건보다 개인의 아주 작은 순간을 기록해내는 방식으로 사랑받아왔습니다. 일본 만의 아날로그 감성은 단순히 촬영 도구나 색감 뿐만 아니라, 인물의 생활 패턴과 공간이 지닌 질감, 여백을 포함한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 보여주는지에 집중합니다. 관객이 인물의 생활 리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마치 자신의 하루를 조용히 바라보는 듯한 체험을 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일본 일상영화의 특징은 공간과 시간의 결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며, 디지털이 가진 선명함보다 아날로그 특유의 질감을 통해 정서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이 감성은 단지 옛것의 미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소곤거리듯 존재하는 작은 행복의 기록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저녁을 마무리할 때 읽는 책들, 그 책들을 깨끗이 정리한 작은 선반, 옛날 유명 곡들을 담은 카세트 테이프에서 볼 수 있습니다.
퍼펙트 데이즈에서 볼 수 있는 완벽한 아날로그
퍼펙트 데이즈는 일본 일상영화의 맥락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훨씬 더 정제된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영화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규칙적이고 단순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매우 섬세하고 감각적입니다. 영화는 그의 하루 속 작은 장면들을 길게 관찰하며, 인물이 느끼는 온도와 숨결을 직접적으로 담아냅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손을 중심으로 하는 아날로그적 연출입니다.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부터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씻은 다음 옷을 입고 동전과 키를 차례로 챙기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나 조금씩의 변화가 있다는 힌트를 남깁니다. 또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히라야마의 손동작은 반복적이지만 매 순간 다릅니다. 이 반복 속 차이를 카메라는 긴 호흡으로 담아내며, 기계적으로 보일 법한 노동을 오히려 인간적인 흔적을 남기게 합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히라야마가 즐겨 듣는 카세트테이프 음악은 아날로그 그 자체입니다. 디지털 음원과 달리 카세트의 아날로그 음질은 미세한 잡음을 품고 있고, 바로 그 흔들림이 히라야마의 삶과 닮아 있다. 완벽하고자 하는 그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사소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젊은 동료의 성가신 사건과 그 여자친구의 등장은 그의 일상에서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여동생과 싸우고 가출한 조카와의 갑작스런 일상에서도 그는 자신의 일상이 흔들리는 것에 잠시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던한 성격으로 덤덤하게 흘려보냅니다. 그는 완벽하지 않은 일상, 약간의 틈이 있는 세계 속에서 스스로 위안을 찾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아날로그 감성을 단순한 아날로그나 레트로 감성으로만 다루지 않고, 인물의 불안하고도 집착적인 루틴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의미가 있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기존 일본 일상을 담은 영화와 다르다고 느껴지는 점은 관조의 방식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일상영화들이 가족 관계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 작품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히라야마가 마주하는 풍경—도쿄의 골목, 하늘 사이로 스치는 나뭇잎, 건물 외벽의 빛—은 화려한 배경과 음악 없이도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며 서사를 완성시킵니다. 이 방식은 마치 사진집을 넘겨보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고, 시각적 여백이 한층 넓어지면서 아날로그 감성을 짙게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또한 기존 일상영화에서는 종종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가 중심 갈등으로 작용했지만, 퍼펙트 데이즈에서는 갈등의 규모가 훨씬 희미하게 처리되고, 개인의 내면적 온도만으로 이야기를 유지합니다. 이는 일상영화가 문자 그대로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 작품은 삶의 속도 자체를 낮추고, 관객이 자신을 돌아볼 틈을 마련해주며, 일본 일상영화가 가진 아날로그 감성의 정점을 시각적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