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미래를 바라보기에 생기는 문제다. 걱정인형을 안고 살아오던 내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맞딱뜨렸다. 이제 대학을 졸업했으니 취업을 해야 한다. 졸업하고 나서도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높이려고 졸업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취업한 졸업생들에게는 연락을 돌리기도 한다. 아직 취준생 입장인 나는 우선 취업 관련부서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적성검사도 해보고, 면접 기술 관련 강의도 들어봤다. 여러가지를 해보면서도 내가 아직 이 모든 것을 해내기에는 너무 어리숙하다는 묘한 좌절감이 들었고,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렸다. 지금도 조금은 힘들다.
20대 후반 취업률이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봤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지금, 이 뉴스를 보고나니 겁도 나고 걱전도 앞섰다.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같이 뉴스를 보던 아빠는 불현듯 나에게 취업 준비는 잘 되어가냐고 물었다. 아빠는 여전히 공무원에 대한 환상이 있는지, 공무직 준비를 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물론 다른 가정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아빠의 뜻대로만 할 생각은 없다. 평생 한 회사에서만 근무하며 이제 곧 은퇴를 앞둔 아빠에게는 나름대로 고민이 많을테지만, 아직 한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해본 적 없는 사회초년생은 꿈과 환상의 미래를 펼치기 바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다. 그리고 20대라는 풋풋한 시절을 좀 더 즐기고픈 욕심과도 잘 타협을 봐야 한다. 내면은 이렇게도 복잡스러운데, 인간 관계의 갈등은 여기에 더 기름을 붓는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부녀 사이가 아닐까.
우선 일을 더 키우지 않으려면 꼰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딸들은 모두 비위를 맞춰주자. 동거하는
딸들은 출가 (스님의 출가, 결혼의 출가의 의미로 한정짓기보다 그 말 그 뜻대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그 편이 좀 더 숨쉬고 살 만하다. 일종의 처세술이다. 사회에서 배워도 될 처세술을 아빠와의 대화로부터 먼저 익힌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애교 (이 단어를 쓰기 싫지만) 를 부려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이 갈등은 가볍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각 가정은 저마다 다른 문제가 있고 성격도 다 다르다. 나만 이 집안에서 튀는 종자가 아니다. 다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기에 모두 서로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대화를 해서 풀 수 있는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보통은 술로 풀거나, 뿔뿔이 흩어져 파국을 맞는게 일상이다. 우리집은 몇 번이고 파국을 맞았지만 우야무야 얼렁뚱땅 근본적인 것은 해결하지 못한채 그냥 참고 산다. 그러다가 누구 하나 터지면 또 싸우고, 누군가는 중재하다 힘들어하고, 힘든 것을 나름대로 푼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 아빠는 병원에 그토록 가기 싫어한다. 왜냐 물어봐도 가기 싫다고만 한다. 말 못하는 애도 아니고 이건 그냥 남자의 잘난 자존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막상 나머지 모든 가족 구성원이 병원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우긴다. 그런데 사실이 그러하지 않은가. 모두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좀 더 편한 방법으로 병원에 가는 걸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이다.
어쩌다 병원에 통원하게 되었는지는 후술하겠지만, 걱정도 많고 특히 아빠와 자주 싸우는 20대 딸들이 있다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한 만큼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거고, 우린 언젠가 독립하게 될테니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버텨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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