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악이 뿌리내리는 곳

by 카리킨 karrikin 2025. 11. 25.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악이 일상이 된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감각을 잃어가고,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는지를 냉정하고도 깊이 있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가 제시하는 ‘악의 일상화’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서사와 연출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미약한 ‘선’을 심고자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2025년 관점에서 재해석합니다.

악이 뿌리내리는 곳: 시스템 속에서 감각이 사라지는 과정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악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그 악이 어떻게 일상의 구조에 스며드는지를 섬세하면서도 잔혹하게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과 배경에서 벌어지는 실체는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악이 일상화되는 과정은 거대한 이념이나 직접적인 잔혹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감각이 무뎌지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점점 생각하지 않게 되고, 해야 할 일이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 사고를 제한해 버립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포착합니다. 인물들이 밥을 먹고, 옷을 정리하고, 자녀와 대화하며 살아가는 장면들이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지만, 그 배경에 흐르는 공기의 무게는 관객에게 압도적인 불편함을 남깁니다. 악이 일상이 되면 인간은 스스로의 윤리적 판단을 멈추고, 시스템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자신을 조율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이런 감각의 마비가 얼마나 쉽게, 그리고 얼마나 조용히 진행되는지 보여주며 악의 구조가 개인을 어떻게 흡수하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선을 심으려는 순간들: 극히 미약한 인간성의 흔적

이 영화가 압도적인 불편함만을 남기는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악이 지배하는 공간에서도 인간이 완전히 무력하지는 않으며 한편으로는 선을 실행하고자 하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작은 행동들은 겉으로 보면 대단한 변화나 저항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그 미세한 흔들림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제시한다. 등장인물들이 문득 멈춰 주변의 소리를 듣거나 가족의 행동을 바라볼 때 나타나는 작은 표정 변화는 일상적이지만 영화 전체 맥락에서는 인간적인 감각이 돌아오는 순간으로 묘사됩니다. 이 영화는 선을 책임감 있게 실천하는 대단한 영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악한 생각이 자리잡은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기는 순간, 인간 스스로가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작은 선택의 순간을 포착합니다. 선을 심는다는 행위는 거대한 행동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감각을 되찾고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는 일이다. 극 중 소녀가 감시를 피해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사과를 두고 가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작은 움직임이야말로 악이 일상적인 세계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이며 다시 의미를 되찾는 첫 걸음이 됩니다.

악한 일들만 일어나는 것 같아보여도, 크게 보이지 않는 선을 따라 가는 삶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주는 울림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다루는 구조적 악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업무, 규칙, 생활 리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충분히 생각하지 못합니다. 익숙한 구조 속에서 감각이 마비되고 잘못된 구조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이런 현대인의 삶에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익숙함 속에서 잃어버린 감각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입니다. 악이 조용히 일상을 점령하듯, 선도 작은 시선과 작은 선택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는 오늘날에 여전히 유효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영화는 관객이 스스로의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윤리적 거울로 기능합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악의 평범성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을 마비시키는지를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주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성의 미약한 흔적을 통해 작은 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자신의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며 윤리적 감각을 되살리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