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에 갔던 때가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역사 답사라는 이름으로 떠난 여행은 제게 삶의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일본의 옛 문화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식민지였던 나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분한 마음이었다가도, 자신들만의 문화를 이어오며 살아오는 것에 대한 감탄 등 여러 생각이 드나들었습니다.
이때 처음 본 교토의 풍경에서 저는 다도 문화라는 것을 실제로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지루하고도 고요한 분위기에서 똑같아 보이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내레이션과 일본 만의 표현 방식에도 불구하고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했습니다. 다도를 하는 행위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버린 현대인의 삶 속에서, 현재를 충실히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영화 《일일시호일》은 일본의 다도라는 전통문화 속에서 현대인이 잊고 지내는 ‘하루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특별한 목표 없이 살아가던 청년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고민을 보여줍니다.
노리코에게 있어 다도란
주인공 노리코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뚜렷한 진로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합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사촌 미치코와 함께 다도 교실에 들어가지만, 처음엔 정형화된 절차와 규율을 답답하게 느낍니다. 그러나 다케타 선생님은 다도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마음을 다루는 길”임을 가르쳐줍니다.
노리코는 계절이 바뀌며 찻잔 온도, 물의 소리, 다다미 향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똑같아 보이는 반복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사촌 미치코는 다도에 재능을 보이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떠납니다. 반면 노리코는 누구보다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갑니다.
이후 그녀는 취업 실패, 연애 실패,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삶의 큰 시련을 겪습니다. 그러나 다도는 슬픔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균형 있게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인이 느낄 수 있는 현재의 충실함 3가지
현재에 집중할 것
영화는 걱정과 후회에 끌려다니는 삶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이 행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다도의 모든 동작이 ‘멈추고 느끼기’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비교 대신 자기 자신을 바라볼 것
미치코와 자신을 비교하며 불안해하던 노리코는 타인과의 속도 경쟁이 아닌,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일상 속 작은 변화를 포착할 것
다도 의식은 매번 똑같아 보이지만, 날씨, 계절,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됩니다. 이는 일상 속 작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을 길러줍니다.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듣는다. 눈 오는 날에는 눈을 본다. 매일이 좋은 날이란 그런 뜻이던가.”
이 대사는 ‘조건이 좋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좋은 날’이 된다는 선(禪)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매일매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자기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자신이 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지루한 일상이나 변화무쌍한 현실이라도 고요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섬세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사운드 연출을 통해 시청자에게 감각을 깨우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시각적으로는 사계절의 아름다움, 청각적으로는 물 끓는 소리, 바람 소리 등이 강조되어 관객을 ‘다도의 시간을 현실의 시간’으로 끌어당깁니다.
특히 이 작품은 속도 중심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급함을 내려놓을 용기”를 제안합니다. 모두가 빨리 성공하고자 애쓰는 시대에 느리게 가더라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늘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련 역시 삶의 일부이며, 그날그날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위안을 주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비교와 조급함을 내려놓고, 매일의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